새해를 맞아 영화를 봤다.
먼 훗날우리.
중국 영화이고 2018년에 제작되었다.
시골에서 베이징으로 상경해서, 베이징 안착이라는 성공의 품을 꾼 두 명의 남녀가 주인공이다.
두 남녀가 처음으로 마주친 건, 춘절(중국의 설)을 맞이해서 시골로 내려가는 기차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남자와 여자의 시작은 달랐다.
그 당시 남자는 대학을 다니는 중이었고, 여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베이징으로 뛰어들어 여기저기 일자리를 찾아 어렵게 먹고 살아가는 상태였다.
남자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지만 아빠가 찐빵가게를 운영하고 있고, 명절에 내려가면 뜨겁게 쪄낸 찐빵으로 맞이해주는 아빠가 있다.
여자는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고, 엄마는 외국에 다른 남자와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명절에 집을 가도, 텅 비고 난장판의 집만 그녀를 반겨준다.
이러한 현실적 배경의 차이로 인해 남자와 여자의 베이징 안착이라는 목표는 같았어도, 그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의 방법은 달랐다.
남자는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결과로 베이징 안착을 성공하고자 했고,
여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안정적인 남자와 결혼을 하는 것으로 베이징에 안착하고 싶어 했다.
시작은 달랐지만, 여자의 반복된 이별을 옆에서 지켜준 남자로 인해 결국 그 둘의 마음은 통했다.
여자는 자신이 꿈꾸는 안정적인 남자를 끊임없이 만나려고 노력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자신의 베이징 안착을 도울 수 있는 그런 남자 말이다.
그러나 그런 목표만으로 찾다 보니, 엄마 말을 잘 들어서 공기업에 취직한 마마보이(결국 엄마말을 잘들어서 여자랑 헤어진다)나 애 딸린 유부남을 만나게 되었다.
여러 이별을 겪는 동안 줄 곧 자신의 곁을 지켜준 남주인공에게 여주인공은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리게 되었고
결국 아직 가진 거 없는 남자이지만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이 밥 먹어주냐? 가진 것 없는 두 사람의 만남은 순탄치 못했고 그들은 결국 헤어졌다.
방 한 칸짜리 월세방에서, 매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는 이들을 보며 사랑이 밥 먹어주냐?라는 말이 떠올랐다.
가진 것 없어도 서로를 아껴주며 재밌게 지내던 둘은 계속되는 생활고에 지쳐 결국 이별을 택한다.
먼저 집을 나간 것은 여자이지만, 그런 그녀를 남자도 잡지 못했다.
가진 게 없어도 사랑으로 극복하고 싶었던 여자였지만,
가진게 없었던 남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금전적으로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슬펐다.
그래서 그 둘은 헤어지게 됐다.
몇 년이 흐른 후 남자는 성공했고, 여자는 그대로 제자리에 있었다.
둘이 헤어지고 남자는 그때부터 열심히 게임을 개발해서 성공했다.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집을 장만해서 여자를 다시 붙잡았다.
여자가 애초에 원했던 베이징에서 성공하고 집도 있는 안정적인 남자가 되어 돌아왔지만,
여자를 붙자는 남자의 태도에는 사랑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여자는 그래서 여전히 남자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둘 중 누가 더 불행할까?
또다시 몇 년이 흐르고 그 둘은 우연히 재회한다. 먼 훗날 우리가 되어서 말이다.
남자는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있다.
여자는 여전히 혼자다.
남자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첫사랑과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낼 수 없어 불행하고,
여자는 그토록 원했던 남자와 만나서 안정적으로 베이징 안착을 할 수 없어서 불행하다.
이 둘 중 누가 더 불행할까?
금전적으로 가정적으로 갖출 건 갖췄지만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하진 못한 남자?
금전적으로 가정적으로 갖출 거 모두 못 갖췄지만,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있는 여자?
나는 지금으로 봐서는 여자가 불행해 보인다. 남주인공의 말 따라, 남자는 주변에서 보듬어줄 누군가가 있지만 여자는 여전히 혼자니까.
이 문제에 대한 내 답은 인생을 살아감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먼 훗날 우리를 나중에 다시 본다면 또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해지는 영화이다.
#먼 훗날 우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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