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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여행

서른살이 되어 처음 홀로 떠나본 여행, 친절과 낭만이 있는 나라 포르투갈

나는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혼자 하는 일들이나 시간이 나에겐 자주 주어졌다.
혼자 밥 먹는 시간, 혼자 영화 보는 시간, 혼자 쇼핑하는 시간, 혼자 커피 마시는 시간.

가만히 돌이켜보면 누군가가 나에게 같이 뭔가를 하자고 제안했을 때, 흔쾌히 승낙하는 편이 아니었던 것 같다.
같이 할 생각을 하면 괜스레 피곤하다고 느껴졌고, 그러다보니 혼자 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도, 여행만큼은 혼자하고 싶지 않았다.
여행지에서 맛있는걸 먹으면서 같이 감탄할, 멋진 경치를 바라보며 함께 신나 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 즐거운 순간마저 혼자라면 외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 서른이 되자 같이 여행을 갈 수 있는 사람 수가 확 적어졌다.
우선 친구도 많지 않거니와, 자매는 결혼을 해서 돌배기 애가 있어 여행을 가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여행에 대한 갈망이 커져가는 찰나,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왕창 받던 날,
나는 포르투갈 리스본 왕복 비행기를, 내 자리 한 좌석만을 예약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포르투갈로 떠나게 됐다.



" 완벽했던 하루 여행일정- 신트라, 호카곶, 카스카이스

리스본에서 보낸 5일의 날 중, 가장 완벽했던 하루는 신트라, 호카곶, 카스카이스를 관광한 날이었다.
썰을 풀기 전에, 이 세곳을 돌아다니는 교통수단과 방법을 먼저 간단히 적어보겠다.

호시우 역 내에 배치된 자판기를 통해, train&bus one day표를 보증금 0.5 유로를 포함한 16유로에 구매하면,
이 세 곳을 모두 돌아다닐 수 있다.

● 호시우 -> 신트라 이동: 호시우 기차역 2층에서 탑승, 40~45분 소요

신트라역에서 페나성 이동: 신트라 역에 내려서 434번 버스를 타고 이동
페나성->신트라역: 434 다시 이용
신트라역에 돌아와서 호카곶 이동: 403번 버스
호카곶에서 카스카이스 이동: 403번
카스카이스에서 기차 타고 리스본으로 돌아오면 된다.

*주요 노선도
434: 신트라 역 - 신트라 시내 - 무어성 - 페나성 - 신트라역
435: 신트라 역 - 신트라시내 - 헤겔레이아 별장
403: 신트라역 - 호카곶 - 카스카이스

 

 



" 내가 살고 싶은, 전생에 한 번쯤 살았더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페나성

페나성은 1885년 제작되어, 왕실 가족의 여름 별궁으로 쓰였다고 한다.
이 궁전에는 온갖 진귀한 물건, 컬렉션, 예술 작품이 가득하다.

 

 

 

또한 산꼭대기에 지어져서 신트라 산맥의 멋진 정경도 감상할 수 있다.

 

 

 

 

페나성은 겉에서만 봐도 알록달록하고 건물이 예뻐서, 어릴 때 상상하던 공주 집을 현실로 보는 느낌이었다.

 

 

 

 

 


내부에도 공주나 왕자가 돌아다닐 것 같은 인테리어와 소파, 장식물들이 내 눈과 마음을 확 끌 여당 기고 놓아주질 않았다.
지금이라도 내가 살고 싶은, 안된다면 내가 기억 못 하는 전생에라도 한번 살아봤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이 들었던 궁전이었다.

 



" 혼자 하는 여행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여행코스, 호카곶 - 카스카이스

호카곶과 카스카이스를 여행한 날은, 여행 셋 째날 이었다. 여행하는 5일 동안 가장 행복했고 혼자여서 오히려 더 편했던
날이었다.
사실 둘째 날에 혼밥을 하려 하니 입장을 거부당하고부터, 혼자 밥 먹는 시간이 외로워졌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혼자 하는 여행도 외롭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호카곶과 카스카이스를 만나게 되었다.


호카곶과 카스카이스로 이동하는 기차나 버스에서, 한국에서 자주 듣던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포르투갈의 경치를 바라보는 게 신기하면서 새롭고 행복했다. 혼자 여행하며 노래를 듣고 돌아다니니, 유심의 데이터는 금세 바닥이 나긴 했다.
그래도 이 좋은 경치를 혼자 온전히 받아들이며 여행하는 시간이 행복했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보고 싶은 대로 하는 여행도 재밌었다.

 

 


호카곶에 도착하니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살짝만 시선을 위로 두면, 내가 지금 땅에 붙어있는 것인지 하늘에 닿아있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도 안보 일정도로 푸르고 깨끗했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전경을 보는 이 시간이
살아 있음에 감사까지 했다.


호카곶에서 더 머무르고 싶지만, 다음 여행코스가 있기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 여행지 카스카이스로 이동했다.
사실 호카곶에 더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카스카이스에 도착하고 나서는, 오길 잘했다 하는 안도가 들었다.

 

 


카스카이스에 도착했다.
나는 평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장식품이나 건물들을 좋아하는데, 이 도시 전체가 그랬다.
바닥의 무늬도 리스본과 비교해서 더 귀여운 느낌의 색 조합이었고, 호객행위를 하는 분들의 표정이나 말투도 귀여웠다.

 

기억에 남는 건, 한국에서는 호객행위를 하며 전단지를 나눠줄 때 받지 않으면 그분들도 표정이 좋지 않아서 괜히 미안하게 느껴졌는데 이 곳에서는 거절의 의사를 밝혀도, 매우 밝게 웃어주시며 "Have a nice day!"라고 인사를 해주셨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어서 들어가겠다고 했을 때에는, "Really?!" 라며 뜻밖의 표현을 해주며 좋아해 주시기도 했다.




여유 있는 미소와 친절함이 있는 나라구나,라고 생각을 하며 시원하게 맥주와 스테이크를 먹었다.
피곤했는지 맥주 한잔에 금세 알딸딸해졌고, 그 알딸딸함 마저 기분 좋았다.


카스카이스의 해변에 앉아 사색에 잠기다가, 참 기분 좋은 하루였다는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즐거운 여행을 마무리했다.

 

 



" 기다림의 미학을 알게 해 줬던 카페, 음식점 직원들


브런치로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굉장히 화려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어서서 주문을 했다.
주문을 한 지 10분이 흘렀을까? 아직 커피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내 주문이 들어가지 않은 게 틀림없다고.
다시 한번 웨이터를 불러서 얘기했다. 주문을 했는데 잊으신 것 같다고.
아니라고 한다. 알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한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보다 전에 주문한 사람도 평온하게 신문을 보며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 한국의 빠름 문화에 나는 뼛속까지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기다림, 천천함의 미학을 즐기며 여행을 하기로 했고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었다.

 



" 포르투갈은 친절한 나라


리스본에는 경치가 너무 아름답고 예뻐서, 실내에 들어가서 맥주를 마시는 시간도 아까웠다.
그래서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시곤 했다.
호시우 광장을 내다보며 맥주를 마시기 위해 자리를 잡고, 주문했다.

맥주가 나오자마자, 관광지도를 펼쳐보겠다고 난리를 치는 통에 맥주를 모두 엎지르고 말았다.
그런데 점원이 달려오면서 맥주를 모두 닦아주며 새롭게 한잔을 다시 내주었다.
계속 죄송하다고 고맙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고,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했다.
여러 번의 경험 끝에 포르투갈은 나에게 "친절한 나라"라고 기억에 남는 곳이다.




"눈이 즐거웠던 포르투갈 - 타이, 길, 광장 등

포르투갈을 다시 한번 떠올리면, 그냥 "너무 예쁘다"로 정리된다.
예쁜 타이 장식이나 광장, 소품, 거리의 모습들. 살면서 한 번쯤 와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기에 두려움도 있었다. 외롭지는 않을까? 재미없으면 어쩌지?
물론 외로운 순간도(혼밥 거절당했을 때, 혼자 비행기에서 밥 먹을 때 등) 물론 있지만,
혼자 여서 좋았던 순간도, 혼자였기에 가능했던 사색의 시간도 소중했다.

다시 한번 혼자 여행을 해볼래?라고 한다면 아직은 못하겠다.
그래도 여행은 혼자보다는 둘 이상이 아직 좋은 것 같다.